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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여행의 이유

나비문고 2019-10-08 조회수 2,037

여행의 이유

김명숙 사회적기업 나비문고 대표  / 기사승인 : 2019-07-12 18:02:46

서평
▲ 김영하 산문 /문학동네
 

8박 9일 독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한국여성재단이 교보생명의 후원을 받아 전국의 여성활동가 12명을 선발해 추진한 “짧은 여행 긴 호흡”이라는 이름의 쉼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바쁜 가운데 가는 여행이라 떠나기 전날까지 정신없이 일 처리를 하고 떠났습니다. 전쟁터에서 휴양지로 떠나는 심정이었습니다. 


독일의 소도시 트리어에 7일간 머물면서 여유롭게 관광을 하고 여섯 곳 탐방도 진행했습니다. 서로마제국 시절 수도였던 트리어시의 유적지, 마르크스 생가, 아름다운 모젤강, 끝없는 포도밭, 유서 깊은 와이너리, 멋진 장애인작업장과 미혼모시설 등을 돌아보며, 22세 대학생 시의원을 만나 감탄하고 “오직 현재”에 살았습니다. 


텅 빈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고 별일 아닌 것에 많이 웃었습니다. 아무런 목적 없이 다니며 일상의 모든 일에서 벗어나 “노바디(아무것도 아닌 사람)”가 되어 걱정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행을 다녀오니 더 이상 ‘노바디’로 살 수가 없습니다. 많은 약속들, 해야 할 일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먼저 이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어야 했고.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도 정리해볼 겸 가장 끌리는 책 <여행의 이유>를 선택했습니다. 여행을 막 다녀온 데다, 소설처럼 재미있는 글이라 쏙~ 빨려 들어가 금방 다 읽었습니다. 이 책은 김영하 작가의 여행 경험과 여행에 대한 철학이 담긴 산문집입니다. 저자는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고 말하며 오래전부터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여행이 자신에게 무엇이었는지,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지 같은 질문에 답하는 글입니다. 

 

 
글은 중국여행을 떠났다가 바로 ‘추방’되는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인기 소설가다운 멋진 시작입니다. 확 끌어당기는 시작 글입니다. 이어지는 대학 시절 우연찮게 가게 된 중국여행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매끄러운 여행보다 실패한 여행이 역설적으로 성공한 여행이라고 말합니다. 여행은 오직 현재를 살게 하는 일이고,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 “노바디”가 되는 일이라 인생의 난제들이 포위하고 위협할 때면 언제나 달아나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했다고 말합니다. 인간은 끝없이 이동해 왔고 그런 본능은 우리 몸에 새겨져 있음을 여러 역사적 사실과 여행자가 늘어나는 현상들을 증거로 제시합니다. 


소설가에게는 소설 쓰기가 가장 강력한 여행이며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경험을 분석하며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은 아니다”라는 주장도 합니다. 


저자는 우리 모두 지구별의 여행자임을 말하며 지구별 여행자의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여행의 신은 대접받기 원하는 자, 고향에서와 같은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 자, 남의 것을 함부로 하는 자를 징벌하고, 스스로 낮추는 자, 환대에 감사하는 자를 돌본다. 2800여 년 전에 호메로스는 여행자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오디세우스의 변화를 통해 암시했다. 그것은 허영과 자만에 대한 경계, 타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일 것이다.”


김명숙 사회적기업 나비문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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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usjournal.kr/news/newsview.php?ncode=106560377648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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