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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문도선행록

나비문고 2020-07-16 조회수 908
문도선행록

김명숙 사회적기업 나비문고 대표  / 기사승인 : 2020-07-16 11:11:27


 

이 책은 오랜만에 주문하고 빨리 만나고 싶어 안달하며 기다린 책이다. 예감했듯이 특별한 매력을 가득 담은 책이다. 그러나 658쪽의 두껍고 무거운 책, 이 책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접근하기 어려운 책이다.
책 제목 <문도선행록問道禪行錄>은 ‘도를 물어 선적으로 걸어간 기록’이라는 의미다. 제목의 느낌이 만만찮다. 표지 디자인도 무거운 느낌으로 젊은 행위예술가의 저작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3년간의 모험기로 스릴 넘치는 내용과 아름다운 사진들이 담겨 있어 재미있기도 하나 술술 쉽게 책장을 넘기기 어려운 책이다. 한마디로 묘한 느낌을 주는 융합적인 장르의 책이다. 천천히 많은 생각을 하며 따라가야 하는 사막 여행 모험기다. 그리고 한 예술가의 긴 행위예술의 보고서이며 고독한 수행의 기록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동물에 대한 애정이 많아 탁월한 동물 그림으로 지인들을 감동시키기도 한 화가다. 우연히 사진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독창적인 표현으로 유명한 사진작가가 됐다. 저자가 사진에 관심을 갖고 초기에 주목한 것은 미국의 어두운 곳, 버려진 곳에 대한 구체적인 탐구였다. 그것을 표현하는 데 사진이 가장 적합하다 판단했고 자신의 벗은 몸을 던져 표현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돼지와 함께 하는 사진 작업에 몰두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거의 모든 사진작품 속 저자는 발가벗고 있다. 


“나는 문화와 시간의 외투를 벗기고 그 공간의 물체의 보편성을 강조하기 위해 나를 완전히 발가벗은 몸으로 만들었다. 내 나신(裸身)은 작품의 감상자로 하여금 곧바로 버려진 공간의 인간의 내음새로 융합하게 되는 매우 직접적인 매개역할을 한다.”


이런 활동을 하다 우연히 낙타에 끌려 낙타가 사는 사막으로 모험을 감행한다. 경쟁을 피해 사막으로 간 낙타는 그녀에게 평화의 상징으로 해석됐다. 낙타가 사는 사막, 온갖 편리함에 익숙한 도시인들이 살기에 너무나 힘든 곳이다. 그 황량하고 소외된 곳에 잠시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3년 간 살아간다. 그 3년의 모험, 고행은 저자로 하여금 더 단단하고 넓은 시야를 갖게 한다. 이에 대한 생생한 기록, 자기성찰의 긴 여정이 담겨 있는 책이다. 


저자는 니체가 말한 아이처럼 용감하고 맑게 느껴진다. 자신의 끌림에 집중하며 살아가고 그것을 예술로 표현한다. 예술과 삶의 일치다. 많은 지식들은 아이처럼 용기 있게 사는 삶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의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다. 지식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작가, 용기 있고 독창적인 예술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용감하고 아름다운 시각을 가진 젊은 예술가가 있음에 감사했다. 


저자의 삶(작품)에는 생명에 대한 사랑이,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존중이 가득하다. 지구의 재앙에 맞서는 의지와 희망이 가득하다. 이런 젊은이가 지구상에 있어 기쁘다. 


이 책의 정보를 최초로 얻은 곳은 ‘김어준의 다스뵈다’다. 이곳에서 도올 선생이 이 책을 언급해 이 책이 출판된 것과 세계적인 예술가 김미루가 존재하며 그녀가 도올의 딸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저자는 중학생 시절 부모가 미국 유학을 반대하자 세 번의 레포트를 제출해 부모를 설득했다고 한다. 부모를 닮은, 부모를 훌쩍 뛰어넘은 작가로 보인다.


저자는 한 마디로 혁명적 또는 전위적 예술가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고 이후 활동이 아주 기대되는 작가다. 


“나라는 인간의 존재가 고양이나 개나 닭에 비해 우월한 존재라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쇼펜하우어의 말대로 그들에게는 인간의 허세나 거짓이 없다. 나에게 영혼이란 몸의 접촉을 통해서 전달되는 영기(靈氣)일 뿐이다. 이러한 내 관념을 표출하기 위해서는 돼지보다 더 좋은 주제가 없었다. 돼지의 피부는 인간의 피부와 오묘하게 비슷하며…”


“나는 새로운 포토그라피 연작을 시작했다. 벌레를 먹고 사는 사람들, 돼지나 소를 죽이지 않고도, 그러한 육고기를 먹는 엄청난 낭비를 저지르지 않고도 필요한 영양분을 취하는 사람들의 예지를 체험하기 위하여 중국 내륙, 남미, 중남미, 남아프리카의 유기적 생활권을 탐색했다.”


김명숙 사회적기업 나비문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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