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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문고의 책이야기 게시판입니다.
2020년 새해, 고등학생들과 철학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지역신문으로 배우는 민주주의’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한 학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철학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 학생이 “철학은 너무 어렵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학생이 “나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렇지만은 않은 거 같아”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제가 겨울방학 때 철학책 딱 한 권 같이 읽자고 제안했습니다.
무슨 책을 함께 읽을까 바쁜 틈틈이 생각은 했지만 새로운 책을 읽을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선정한 책이 오늘 소개하는 <철학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저와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친구의 권유로 글우리독서모임(YMCA에 있었던 독서동아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독서에 흥미가 없었던 시절이라 별 기대 없이 심심해서 참여했는데 그 모임과 접속하면서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그야말로 혁명적으로.
▲ 조성오 지음/동녘 |
첫모임 참여하고 신천지를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전혀 읽지 않았던 책을 그곳에서 만났던 것입니다. 세계명작, 고전 중심으로 독서를 해온 제가 만날 수 없었던 역사, 사회과학 책을 그 모임에서 만난 것입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인간의 역사>, <현대의 휴머니즘> 등 보물 같은 좋은 책들과 함께 이 책을 만났습니다.
대학졸업 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독립은 해야 하는데 원하는 취업도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판단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저는 사회에 대해, 인간에 대해 염세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습니다. 유사 이래 늘 비슷비슷하게 혼란스러운 사회, 그 거대한 사회 속에 놓여 있는 무력한 자신(개인)이라는 인식 토대 위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그런 인식 상태에서 이런 저런 역사책과 함께 읽은 이 책은 혁명적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줬습니다.
1년 정도 이 독서모임에 열심히 참여하고 가야 할 길을 확고하게 찾았습니다. 대학 졸업 때까지 모범생으로 칭찬받으며 살아온 저, 부모님과의 많은 대립갈등도 극복하며 거친(?) 제 인생길을 당당히 개척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철학이 일상생활과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문제 많은 사회와 내가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지를 쉽게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내가 이 사회의 한 주체임을, 내 언행이 이 세상과 연관돼 있음을” 명확하게 정리하게 됐습니다. 제 삶에 힘을 준 책이라 많은 후배들과 함께 읽고 토론했고, 선물도 많이 한 책입니다.
1983년에 처음 출간된 후 꾸준하게 사랑받아 2005년에 개정 4판까지 나왔습니다. 좋은 철학입문서로 인정받고 있는 책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생에 대해서 고민할 때에는 철학과 가까이 있는 것이고, 그 후 생활에 빠져 버렸을 때에는 철학과 멀리 있는 것일까요? ... 그러나 철학은 이런 것이 아닙니다. 철학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고 우리의 생활은 철학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어 나갑니다. 주변의 일상생활로부터 철학을 떼어 낼 수는 없는 것입니다”(본문에서)
김명숙 사회적기업 나비문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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